타블로..

1.
오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뒤에 있던 두명의 대화가 귀에 들려 왔다.

'타블로 방송보니까 반반인데?'
'타블로는 졸업장 내보이면 되는 걸 왜 여태까지 안 한거래?'
'
2.
밸리를 돌다 보니 이런 저런 글들이 있다.
'겸손했었으면 이런 일은 안당했다.'
'편파방송이다.'
'아직도 밝혀져야 할 거짓말은 많이 남았다.'

3.
어렸을 때,
흙놀이를 하다가 개미구멍을 보면 후벼파서 개미집을 들여내보던가,
물을 부어서 개미가 둥둥 뜨는 걸 재미있어한 적이 있다.
또는 잠자리 머리를 뗀 후에 얼마나 날아가는지를 가지고 친구들과 경쟁한 적도 있었다.

곤충에 대한 호기심은 많았지만, 생명에 대한 존중을 모르기 때문에 저지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잔인한 존재가 없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채 던지는 비난처럼 잔인한 마음의 칼은 없다.

타블로라는 연예인에 대한 관심의 1/10만큼의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있었다면,
과연 이렇게 '타블로'='선웅 리'에 대한 융단폭격을 가할 수 있었을까?


4.
마녀사냥을 하기는 쉽다.
실수를 하지 않는 인간은 드물다.
나랑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어렵지 않다.
동경의 대상이 추락하는 걸 보는 건 불구경을 보는 것만큼 흥미롭다.

5.
타블로가 까불거리지 않고 진지했었으면 사람들을 그렇게 즐겁게 만들 수 있었을까.
타블로가 졸업증명서를 내보였을때,
자신들만의 상식으로 조작이라고 말하는데 타블로는 무엇을 더 증명할 수 있었을까?
타블로가 MBC와 함께 스탠포드에 가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도
매수했다고 하는 이들에게 타블로는 대체 무엇을 더 말할 수 있는 걸까?

자신의 음악 실력으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타블로'를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그의 학력을 납득할 수 수 없다는'이유로 '거짓'이라고 치부하는 이들에게
타블로는 무엇으로 증명을 해야 했던 걸까.

현대사회에서 개인을 증명하는 수단은 그의 과거 기록문서들과 그를 아는 사람들의 증언뿐이다.
그런데, 말을 하면 거짓이요, 보여주면 조작이고, 대화를 하면 매수라고 말하는 이들앞에서
자기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종교인이나 정치인이나 할 짓이지
연예인이 할 짓은 아니지 않을까.

애초에 '그들의 상식으로는 높은 학력'을 가진 타블로가 '딴따라'를 하면서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이 '자신들만의 상식'을 가진 이들에게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이야기로 밖에 안들렸을지도 모르겠다.

6.
졸업증명서를 내보였을 때, 이 논쟁은 끝이어야 했다.
왓비컴즈라는 피해망상증 환자가 '암살설'을 말할 때,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했다.
스탠포드에서 타블로에 대한 인증을 했을 때, 타블로가 더이상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도, 의심은 정당하다는 이들이 계속 나타난다.
한 인간에 대한 존중은 집어 치운채 '정의' '진실'을 외치며 다 까발려야 한다는 사람들에게서
잠자리가 머리없이 얼마나 날라갈까를 경쟁하는 어린아이가 겹쳐 보인다.

아니, 학력을 숫자로만 판단하고, 자신들만의 상식은 의심하려 하지도 않는 그들은
irregular를 받아들이려고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 배척주의자일 뿐일지도 모른다.


7.
의심을 하는 자는 그 의심에 대해 반응한 대답에 대해 진지하게 응할 의무가 있다.
그 대답이 아무리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라 할 지라도.
그렇지 못한다면, 자신의 의심은 합리적인 의심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 반증할 뿐이기 때문이다.


8.
최진실이 목숨을 포기했다. '카더라'라는 악성 루머에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유니가 목숨을 포기했다. 쏟아지는 악성루머에 견디지 못한 채로..

타진요가 바라는 것을 들어보면
'타블로'가 '타블로'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야만 한다고 한다.

중세시대의 마녀재판이나, 지난 세기의 공산당의 자기 부정이
현대에 인터넷을 통해 다시 한 번 재생되는 거 같다.


(from 마린블루스 )


맺음.

MBC 스페셜 초반에 스탠포드 교정에 이런 문구가 써있었다.
'절망하는 이들에게는 희망을,
외로운 이들에게는 사랑을,
그리고 믿지 않는 자들에게는 믿음을'


타블로가 그 문구를 읽고 든 감정은 어떤 것이었을지.....


by whoa | 2010/10/05 00:25 | commentary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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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김돌돌 at 2010/10/05 05:38
애초에 '그들의 상식으로는 높은 학력'을 가진 타블로가 '딴따라'를 하면서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이 '자신들만의 상식'을 가진 이들에게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이야기로 밖에 안들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이 부분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일지도 모르겠어요
Commented by 오즈 at 2010/10/05 10:28
I agree..
Commented by whoa at 2010/10/06 00:27
타블로 말처럼 그들은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죠. 우물 안 개구리에게 '끝없는 바다'를 이야기하는 거북이는 거짓말쟁이일 뿐이죠..
Commented by 곰돌군 at 2010/10/05 13:05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건은 그냥 만만해 보이는 인간 하나 골라 잡아서
괴롭히는 왕따 현상이랑 다른 점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단지 이번엔 상대가 생각만큼 만만하지 않았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랄까..
지금껏 이 미친짓거리에 희생된 연예인이 한둘입니까.
Commented by whoa at 2010/10/06 00:30
TV에서 엿보인 타블로가 보여주는 정신적인 공황을 보면서, 타블로를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또 다른 완전범죄가 벌어졌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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